본문 바로가기

m o m e n t ..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written by 신경림.


**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시 한 편.   아직 까지 잊지 않고 있는 시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