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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own private sensibility diary

나의 (짝)사랑.. ( 오래 전에 .. )

 
 
 
 
 
 
 
 
 
 
 
 
 
 
 
 
 
 
   고등학교 때, 만난 나의 짝사랑~~~!!!
   그 짝사랑이 이제 7월달을 끝으로 폐간된다고 한다..
  
   KINO ㅡㅡㅡ 그 이름도 찬란한 영화잡지 : 키노
   이 땅에 몇 몇 영화잡지들이 있지만,  전문적인, 진정 배우보다
   감독과 영화자체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는 영화잡지는 키노밖에 없었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언제나 자본주의의 체제에 밀려서 항상
   모든것이 대중화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 체제에 나의
   소중한 사랑이 그 명을 달리한다고 한다..
  
   언젠가 한 번, 나의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암만 봐도 키노는 반사회적인 단체라고... 그렇게 타협하지 못해서
   어떻할지 모르겠다고...   이제 그 타협을 위해서 타협하지 않고
   키노는 전설속으로 묻혀가고 있다..
  
  
   한 때 나의 짝사랑을 마주할 땐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가 있었다.
  
   국어사전, 영한사전, 옥편, 그리고 형형색색의 필기도구들과
   밑줄 그을 때 필요한 자...  이렇게 필요한 몇 몇 준비물을 가지고
   나의 짝사랑 키노를 펼치면 그 속엔 영화의 무한한 이야기거리들과
   내가 알지 못하는 엄청난 지식들이 글자로 표현되어 나에게 손짓하며
   이리 오라고, 와서 자신을 읽어 보고, 자신이 누군지 알아 보라고...
   그렇게 나에게 속삭이던 사랑...............
  
   내가, 아니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방식은 좀 독특했다.
   처음에 시작하는 칼럼부터 끝까지 항상 저 준비물들을 가지고
   키노를 읽어나가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이 사전, 저 사전들을 찾아가며
   밑줄치고, 뜻쓰고 이것, 저것 생각나는 것들이 있으면 바로 노트삼아
   적고 했던 그 너무도 선명한 기억들...
   국민문고에서 나의 사랑을 돈을 주고 나의 손에 꼭 들려져 나올때면
   이세상 무엇을 가진 것 보다도,,, 마치 더 크고, 더 위대한 걸 소유한 느낌,
   마음이었다....   너무도 뿌듯한 마음에 36계 줄행랑을 치는 사람처럼
   불이나케 집으로 날아서 나의 사랑을 펼쳐보고 있노라면....
   하~~~~~~~~~~~~~~~~~~~~~~``` 말해 무엇 하리....
  
   그렇게 보자 마자, 첫눈에 반한 나의 사랑이 이제 역사속으로
   수명을 달리한다고 한다....  흐으으으으~~~~~~~~~~~~~~`````
   나의 영원한 짝사랑 ㅡㅡㅡ 아니 생각해보면 꼭 짝사랑은 아닌 듯 하다.
  
   이연호ㅡ키노의 편집장이 폐간을 결정하며 한 얘기가 있다...
   "소비주의가 판을 치는 영화시장에서 작가주의적 영화잡지가 생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지만 노선을 수정하는 것은 키노가 그동안 일궈놓은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선택할 수 없었다"

   참..너무나도 가슴 아픈 얘기이다.. 그러기에 더 비참하게만 보이는
   현실을 외면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어쩌면 편집장이 한 얘기처럼...
   그동안 키노가 일궈놓은 성과가 그리 헛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노가 있던 시간에 내가 있었고, 나처럼 영화에 무지인을 그렇다고 뭐,
   대단하진 않지만,  조금 더 영화에대해 알게 했으니 말이다...
   그 어떤 영화 이론 서적들보다도, 훨씬 "영화" 라는 단어만 들어도
   나의 심장의 고동소리를 크게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유일한 돌파구를,
   필요한 물고를 트이게 해주었던 KINO ㅡ 영원히 사랑합니다....

   20세기 후반. 1995년 5월 나의 사랑을 만났던 곳.........
   21세기 초반, 2003년 6월 그 곳으로 간다...지금...


(  오래 전 2003년 06월  추억의 글귀들 II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