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와 칼럼 사이
● 연극 ~ 언니들. 09. 12. 02. 저녁 8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 작 : 최치언 / 연출 : 문삼화
● 출연진 첫째 길해연. 둘째 황정민. 셋째 김지원. 허수아비 이현균. 누렁코 김기범. 뻐드렁니 전승렬. 소방울 황동환.
- 극 ~ 언니들
줄거리 1.
극이 시작 되면 쌍둥이 자매 세 명이 멀리 떨어진 옥수수 농장에 극에는 등장하지 않는 엄마와 함께 갇혀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세 쌍둥이 자매는 엄마 몰래 중학교 동창모임에 가려고 삼촌이 남긴 고물차를 몰고 나간다. 얼마나 갔을까, 자동차 안에서 자매들간의 다툼으로 차는 사고로 언덕의 허수아비를 들이 받는다. 세 자매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허수아비가 죽었는지 확인하는데 놀랍게도 허수아비는 죽지 않고 살아나 그 날밤 세 자매를 범한다. 그리고 허수아비는 옥수수 밭 속으로 사라지고 세 자매는 허우아비의 아기를 배게 되어 허수아비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줄거리 2.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허수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기다리다 지친 세 자매는 허수아비도, 중학교 동창 얘기도, 모든 이야기들이 자신들이 지어난 얘기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들은 그렇게 떨어진 농장에서 지어낸 기억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또 이야기를 지어내 기억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떨어진 농장에서 지어낸 기억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또 이야기를 지어내 기억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어낸 이야기 라고 얘기했지만, 세 자매의 뱃 속의 아기는 계속 자라고 있어, 뱃속의 아기를 잔인하게 꺼내려고 서로 싸우던 첫째 와 둘째는 죽고 셋째만 남아 언니들이 사라진 공터에서 셋째는 언니들 없이 혼자 아이를 낳고 살아가야 하는 여자인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 언니들에 등장하는 무책임한 아버지와 정신나간 어머니 그리고 삼촌은 이 극 - 이야기의 중요한 매개체이다. 』
- 세 자매. 집나간 무책임한 아버지. 정신나간 어머니. 그리고 삼촌.
그들 ㅡ 세 자매의 이름은 첫째가 증오. 둘째가 인내. 그리고 셋째가 사랑이다. 이 들이 내 뱉는 대사의 대부분은 서로에 대한 험담 수준을 넘어 악담이며 저주고 서로 잡아먹지 못해서 한 시가 멀다하고 잡아먹을 듯 싸운다. 그렇게 악담과 저주를 서로에게 퍼붓고 잡아먹을듯이 으르렁 대는 반면 또 서로가 없으면 당장 자신의 생존이 두려운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존재는 집나간 무책임한 아버지가 아니라 언제 올지 모르는 정신나간 어머니이다. 어머니가 올 것만 같은 총소리가 들리면 하던일을 멈추고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대며 어지러놓은 세트를 순식간에 정리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공포와 긴장감으로 모든 세포들이 곤두서 세 자매는 얼어 붙는다. 그리고 나서 다시 조용해지면셋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들의 비참하고 숨기고 싶은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한다. 세 자매의 이름은 첫째는 증오, 둘째는 인내, 셋째가 사랑인 이 이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세상과 부모로 부터 버림받아 생긴 증오를 둘째는 인내해 보려 하지만, 늘 첫째-증오와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울 뿐 이 싸움을 말리는 건 셋째 사랑이다. 그런 그들을 어릴 때 범한 삼촌으로 인해 그들은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작가는 얘기하지만, 이들이 중학교 동창회에 나가려고 하는 거나 그러다 사고로 허수아비를 들이 받았지만, 죽지 않고 세 자매를 범해 아기가 생기는 일련의 사건들이 볼 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보기에 그들은 그런 현실로부터 도망치거나 혹은 인간 본연의 감정 또는 여자들의 본능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더불어 제목이 언니들 이라고 되어 있지만, 언니들에게만 국한된 얘기처럼 보여지지는 않는다.
『 언니들은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속을 가감없이, 과감하게 파고 들어간다. 성. 두려움.
공포. 희망. 자신이 여자이기에 강함이 아닌 약함으로 바라보게 되는 세상을 담은 극이다. 』
세 자매는 그렇게 허수아비의 아기를 배게 되고 허수아비가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허수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그 간의 모든 이야기는 거짓이야기이며 모두 세 자매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뱃 속에 아기는 이미 크고 있었다. 현실과 비현실 혹은 환상 또는 공상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줄타기한다. 관객으로서 보기에 혼란스러운 부분이지만, 작가의 상상과 희곡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상상을 감안 및 생각한다면 그 정도 혼란은 오히려 극을 보고 생각하는 여러가지의 방향과 가지수를 생각해 볼 수 있으므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보아도 괜찮을 듯 하다. 또한 연극이 줄 수 있는 묘한 매력이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허수아비의 아기를 가진 세 자매들은 서로 자신은 아기를 배지 않았다고 감추지만, 그럴 수록뱃속의 아기는 점점 자라 모두 아기가 있음을 확인하고 세 자매는 서로의 뱃 속의 아기를 꺼내려고 살벌한 사투를 벌이지만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매는 셋째 사랑이다. 셋째 사랑은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한 옥수수 밭 공터에서 언니들 없이 혼자서 아기를 키워야 하는 자신을 바라본다.
언니들 - 배우들
첫째, 둘째, 셋째를 각각 연기한 길해연 배우, 황정민 배우, 김지원 배우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다. 극 중 쌍둥이 이지만 각자 맡은 세 자매의 역할을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셋째는 셋째대로 더할 나위 없이 큰언니, 둘째언니, 막내의 역할을 첫째는 가장 먼저 태어나 부모와의 기억이나 비밀등을 알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동생들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큰언니 역할을, 둘째는 드세고 욕심 많지만, 사건에 대해 정확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셋째 역시 모든 일을 침착하게 하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엔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는 뒤로 빠지는 모습들을 세 배우는 딱 알맞은 맞춤 연기로 보여주었다. 공연시간은 70분 남짓 되는 시간에 세 배우의 연기와 호흡은 한 순간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했고, 계속해서, 쉼없이 내뱉어지는 대사와 그 대사 한 마디 할 때 마다 동시에 일어나는 표정과 몸짓은 조금도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마치 잘 편집된 영화를 보는 거와 같은 무시무시한 착각마저 들 정도이다.
끝으로 - ..
언니들은 우리가 아는 여자들의 세계를 여자들-약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자신들의 이야기이다. 여자들의 의식 또는 무의식 속을 끝없이 파고들어가 언니들의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고 그 이야기들은 여자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쉼없이 얘기한다. 마지막에 작가가 한 얘기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다. '대학로에서 보기 쉬운 코믹극도 많지만, 연극이면 조금 어려워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라는 얘기를 떠올리며 원래 연극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극이다.